한국의 정리해고 요건
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②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
③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 기준으로 대상자 선정
④ 노조 등 근로자 대표에게 해고일 50일 전까지 통보 후 성실한 협의
미국은 확실히 다르다. 한국과...
최근 직원 1만1,000명에게 해고를 통보한 페이스북
①왜 이렇게 많이 자르나
빅테크의 해고 바람은 여러 악재가 한꺼번에 겹친 탓이다. 올해 들어 △인플레이션 △경기 둔화 △테크기업의 급성장을 이끌었던 팬데믹의 종식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애플을 제외한 대부분 기업들의 실적이 고꾸라졌고, 주가도 급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기간에 많은 직원들을 뽑았던 빅테크에서 해고의 규모는 특히 컸다. 지금까지 가장 큰 규모의 정리해고(1만 1,000명)를 단행한 메타의 경우 올해 9월까지 새로 채용한 인원만 1만5,300여 명이다.
대규모 해고가 이뤄지는 바탕엔 '그래도 되는'(웹툰 '송곳'의 표현을 빌리자면) 미국 특유의 자유로운 해고 문화가 깔려 있다. △임신·인종·종교 등에 따른 차별적 해고나 △부당한 지시를 따르지 않은 데 대한 보복성 해고 등 일부 예외를 빼면, 정당한 이유가 없어도, 해고 원인이 다소 비도덕적이어도, 경영진의 감정이 섞여있어도 해고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②누가, 얼마나 잘렸나
해고 규모와 대상은 기업마다 다르지만, 일관되게 나타나는 흐름은 인사 조직의 축소다. 메타는 인사팀 인원의 약 50%를 상대로 해고를 통보했고, 1만 명 안팎 해고가 예고된 아마존도 인사와 채용 관련 직원들을 정리 대상에 대거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터는 머스크의 인수 여부가 불확실했던 7월에 이미 채용·인사팀 30%를 해고했다. 인사 조직이 '해고 1순위'인 것은 기업들이 해고와 함께 고용을 동결하기 때문이다. "당분간 신규 채용은 없을 것"이란 메시지를 시장에 던지는 차원이기도 하다.
회사에 막대한 적자를 입힌 조직은 팀 자체가 통폐합되거나, 소속 직원이 대거 감원되기도 했다. 아마존, 메타는 미래 먹거리 격인 음성비서 알렉사(Alexa)와 메타버스 개발 조직을 해고 대상에 포함시켰다. 적자 사업에 돈을 쏟아붓는 데 회의적인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서다.
소통 플랫폼 트위터를 인수한 머스크는 트위터의 커뮤니케이션(소통) 관련 조직을 와해시켰다. 평소 머스크 자신이 홍보 기능에 회의적이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는데, 최근 트위터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조직 부재의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 많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트위터 로고.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를 마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기존 트위터 임원이었던 파라그 아그라왈 CEO 등 3명에게 해고를 통보했고, 이달 직원 3,700명도 해고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③해고 후엔 어떻게 되나
해고자는 위로금 명목으로 두 달치 월급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실리콘밸리에선 최근 대규모 정리해고를 한 메타가 나름대로 '파격대우'를 제시했다는 시각이 많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서한을 통해 △16주 상당의 급여 △근속 연수에 따른 추가 급여 △6개월 간의 의료비 지원 △3개월 간의 이직 지원을 약속했다. 여기에 필요할 경우 본인과 가족들의 이민도 지원하기로 했다. 트위터는 세달치 급여를 주겠다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남은 직원들 사이 업무 과중 등 이유로 불만이 커지자 이들에겐 연말에 주식을 지급하기로 했다.
정리해고는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취하는 고육책이다. 그래서 보통은 해고 발표 후엔 주가가 오른다. 그러나 아마존은 14일 해고 돌입 소식이 알려진 후 되레 주가가 떨어졌는데, 주주들이 기대한 것보다 해고 규모가 작다는 게 이유였다.
④해고 강풍, 어디까지 가나
실리콘밸리에선 빅테크 출신은 해고를 당해도 이직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팀 해체로 해고된 경험이 있는 한 엔지니어는 "회사를 나간다는 소식이 알려진 때부터 다른 기업 채용 담당자와 스타트업 등에서 연락이 온다"며 "해고 됐지만 오히려 몸값을 높여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엔 상황이 좀 다를 거라는 전망도 많다. 대규모 해고의 여파가 1년 이상 갈 것이라는 예측이다. 신규 고용을 동결한 회사가 많고, 추가로 해고를 검토하는 곳들도 있기 때문이다. 한 빅테크 소속 디자이너는 "회사들이 모여있어 옮겨갈 곳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게 실리콘밸리의 장점"이라며 "그러나 최근엔 너무 많은 인원이 한번에 시장에 나오고 있고, 빅테크 상당수가 채용을 동결한 상황이라 새 직장을 찾는 게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테크업계 고용 한파가 미국 전체 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찬바람이 몰아치는 실리콘밸리와 달리, 미국 노동시장은 튼튼한 상태를 이어가고 있는 게 그 방증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고용 시장에서 테크업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에 불과하고, 여전히 여행이나 서비스 업계는 일자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팬데믹 기간 몸집이 비대해진 한국 테크기업들도 실리콘밸리만큼 타격은 없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해고가 어려운 탓이다. 한국, 미국 등에 1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한국은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해 최근 미국 사무실만 조용히 구조조정을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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