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비싼 미국의 애플 주식이 사상 첫 시가총액 2조 달러에 도전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개미’ 투자자들은 주가가 급등한 테슬라,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주식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14일(현지 시각) 애플의 시총은 1조9652억달러로, 앞으로 1.8% 정도만 더 오르면 꿈의 2조 달러에 진입하게 된다. 올해 들어서만 시총이 6천억원 가까이 늘어난 터라 2조 달러 돌파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 시총은 2년 전에 1조 달러를 넘었다. 새 아이폰과 맥 컴퓨터 등의 매출 증가로 지난해 10월 이후 애플 주가는 2배로 뛰었다. 월가의 일부 애널리스트는 애플 시총이 1년 안에 2조5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증시에서 시총 2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1조5809억달러)와 아마존(1조5768억달러)의 시총은 나란히 1조5천억달러를 넘어섰다. 여기에 구글(알파벳)을 더하면 이들 ‘빅테크 4’의 시총은 6조 달러를 넘는다. 이는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세계 모든 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보다 큰 규모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이른바 ‘팡’(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미국 주가지수(S&P5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달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봉쇄 조처가 되레 거대 기술기업들에게는 매출과 이익을 높이는 기회가 됐다”고 지적했다.
소수의 빅테크 기업들과는 대조적으로 소매, 여행, 에너지 등 상당수 업종의 주가는 하락했다. 10년 전만해도 시총 1위였던 엑손모빌은 현재 시총이 2천억달러에도 못미친다. 보잉과 제너럴일렉트릭의 주가 하락은 ‘구경제’의 몰락을 상징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을 구성하는 종목 가운데 292개는 올해 주가가 하락했고 149개는 20% 이상 급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증시 역사상 가장 심각한 불균형으로, 정보기술(IT) 업종에서 악재가 발생하면 증시 전반에 매도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온라인증권사 로빈후드를 통해 개인 투자자들이 올 들어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은 테슬라,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학개미’로 불리는 국내 개인들이 최근 집중적으로 사들인 종목과 거의 일치한다. 한국예탁결제원 자료를 보면, 최근 한달(7월14일~8월13일) 동안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순매수 상위 종목은 테슬라가 17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가 그 뒤를 이었다.
테슬라는 지난 11일 액면분할(5:1)을 발표해 오는 31일부터 조정된 가격에 거래될 예정이다. 테슬라의 액면분할 결정은 현재 미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도 지난달 말 액면분할 계획을 발표했다. 두 기업의 주가는 액면분할 공시 뒤 급등했다. 미 주간지 배런스는 “역사적 자료를 봤을 때 실제로 분할이 단행된 뒤에는 주가가 시장지수에 비해 부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연령대별로 매매행태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미 경제방송 시엔비시(CNBC)는 “젊은 연령대의 투자자들은 ‘동전주’보다 주식분할 종목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또 미 투자은행 제이피(JP)모건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는 기술주 중심으로 주식을 사들인 반면 앞선 세대의 투자자들은 주식을 되레 팔았다. 금리 하락과 달러 약세에 따른 대체투자 대상도 달랐다. 나이 든 투자자들은 금을 많이 사들였지만 젊은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으로 달려갔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508901?cds=news_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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